두꺼비집이라는 말을 요즘은 분전반을 가리키는 말로 씁니다. 차단기가 줄지어 있는 그 함 말입니다.
원래는 다른 물건이었습니다. 퓨즈를 끼워 쓰는 구형 설비입니다.
그리고 그 원래 물건이 아직 남아 있는 집이 있습니다. 그런 집은 누전을 못 잡고 있는 상태입니다.
퓨즈는 무엇을 합니까
퓨즈는 가는 금속선입니다. 전기가 그 선을 지나갑니다.
많이 흐르면 뜨거워지고, 어느 선을 넘으면 녹아서 끊어집니다. 끊어지면 전기가 나갑니다.
단순하지만 확실합니다. 문어발로 한꺼번에 쓰거나 전선이 맞닿아 확 흐를 때, 퓨즈가 먼저 녹아서 전선을 지킵니다.
요즘 배선용차단기가 하는 일과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누전은 왜 못 잡습니까
여기서부터 갈립니다.
누전은 전기가 많이 흐르는 것이 아닙니다. 가야 할 길에서 옆으로 새는 것입니다.
세탁기 몸통으로 조금 새고, 젖은 벽으로 조금 샙니다. 그런데 퓨즈를 지나가는 양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퓨즈는 지나가는 양만 봅니다. 그 양이 그대로면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새는 줄 모르고 계속 흘려보냅니다.
누전을 잡으려면 들어간 양과 나온 양을 비교해야 합니다. 그게 누전차단기가 하는 일이고, 퓨즈는 그 구조가 아예 없습니다.
그다음이 더 문제입니다
퓨즈를 쓰던 시기에 깐 배선은 접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같이 지었으니 같이 없습니다.
접지가 없으면 새는 전기가 갈 곳이 없어 기기 몸통에 남습니다.
그 상태에서 사람이 만지면 사람이 통로가 됩니다. 그리고 퓨즈는 그때도 안 끊깁니다.
누전을 못 잡는 것과 접지가 없는 것이 겹치면, 막아주는 것이 하나도 없는 셈입니다.
우리 집은 어느 쪽입니까
분전반을 열면 바로 구분됩니다.

손잡이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 줄지어 있으면 요즘 차단기입니다.
유리관이나 도자기 몸통을 끼우고 빼게 되어 있으면 구형 퓨즈입니다. 손잡이가 없습니다.
차단기가 있어도 전면에 작은 테스트 버튼이 하나도 없으면 누전차단기가 없는 것입니다. 이 경우도 누전은 못 잡습니다.
한 함 안에 퓨즈와 차단기가 섞여 있는 집도 있습니다. 중간에 일부만 바꾼 것입니다.
퓨즈 자리에 철사가 감겨 있다면
이건 따로 말씀드려야 합니다.
퓨즈가 자꾸 끊어지니까 구리선이나 철사를 감아둔 경우가 있습니다. 끊어지지 않으니 편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건 아무것도 안 끊는 상태를 만든 것입니다. 과전류가 흘러도 안 끊기고, 그러면 전선이 먼저 탑니다.
퓨즈가 자꾸 끊어졌다는 것은 그 회로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신호였습니다. 신호를 없앤 것이지 원인을 없앤 것이 아닙니다.
이건 발견하시면 바로 조치하셔야 하는 상태입니다.
무엇을 해야 합니까
분전반 교체입니다. 퓨즈를 빼고 차단기로 바꾸는 것인데, 누전차단기가 들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분전반 안쪽은 메인을 내려도 인입선 쪽에 전기가 살아 있습니다. 직접 하실 수 있는 작업이 아니고, 전기공사업 등록 업체가 합니다.
부르실 때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누전차단기가 들어가는지, 회로를 몇 개로 나누는지, 접지는 어떻게 되는지입니다.
접지는 분전반만 바꾼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벽 안 배선에 접지선이 없으면 그것도 같이 봐야 합니다. 견적이 갈리는 지점이라 미리 물어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바꾸면 달라지는 것
누전이 생기면 끊깁니다. 지금은 안 끊깁니다.
회로가 나뉩니다. 지금은 한 자리 문제로 집 전체가 나가지만, 나뉘면 그 구역만 나갑니다.
끊어졌을 때 갈아 끼울 것이 없습니다. 손잡이를 올리면 됩니다.
에어컨이나 인덕션 같은 것을 놓을 여지가 생깁니다. 지금 상태로는 전용 회로를 낼 자리가 없습니다.
당장 못 바꾸신다면
퓨즈 자리에 철사가 감겨 있으면 그것부터 정상 퓨즈로 되돌리십시오.
물 쓰는 곳을 특히 조심하십시오. 욕실과 세탁기 자리입니다. 젖은 손으로 플러그를 만지지 마십시오.
한 자리에 몰아서 쓰지 마십시오. 회로가 안 나뉜 상태라 부담이 그대로 쌓입니다.
기기를 만졌을 때 찌릿하면 그 기기를 쓰지 마시고 콘센트에서 뽑아두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전세인데 누가 바꿔야 하나요
분전반은 시설물이라 집주인 몫입니다.
안전에 관한 것이니 이야기하시면 대개 받아들여집니다. 퓨즈 사진과 함께 누전차단기가 없다는 점을 말씀하시면 설득이 빠릅니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누전은 평소에 티가 안 납니다. 전기는 그대로 들어오고 요금도 크게 안 변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막아줄 것이 없다는 뜻이지, 지금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미루기 쉽습니다.
퓨즈만 좋은 것으로 바꾸면 안 되나요
퓨즈는 종류를 바꿔도 누전을 못 잡습니다. 구조가 그렇습니다.
용량이 큰 퓨즈로 바꾸는 것은 더 나쁩니다. 전선이 견디는 양은 그대로인데 끊어지는 문턱만 높아집니다.
오래된 집인데 다른 것도 봐야 하나요
접지가 있는지, 전선 굵기가 지금 쓰는 양에 맞는지를 같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분전반을 여는 김에 업체에 같이 물어보시면 한 번에 정리됩니다.
퓨즈가 끊어졌는데 직접 갈아도 되나요
메인을 내리고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원래 붙어 있던 것과 같은 용량으로 갈아 끼우십시오.
다만 자주 끊어진다면 갈아 끼우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그 회로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정리
퓨즈는 많이 흐를 때만 끊깁니다. 옆으로 새는 것은 총량이 안 변해서 모릅니다.
거기에 접지까지 없으면 새는 전기가 사람으로 갑니다. 그때도 퓨즈는 가만히 있습니다.
오늘 분전반을 한 번 열어보십시오. 손잡이가 있는지, 작은 테스트 버튼이 하나라도 있는지. 그 두 가지만 보시면 지금 상태를 아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전기 작업은 감전과 화재 위험이 있습니다. 분전반 안쪽은 메인 차단기를 내려도 인입선 쪽에 전기가 살아 있습니다. 분전반 교체와 접지선 신설은 전기공사업 등록 업체에 맡기셔야 합니다.
이 글은 전기기사·전기공사기사·소방설비기사(전기) 자격을 보유한 10년차 실무자가 작성했습니다. 운영자에 관한 내용은 소개 페이지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