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기가 자꾸 내려가면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용량 큰 걸로 바꾸면 되지 않나요.”
20A짜리가 자꾸 떨어지니 30A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차단기는 더 이상 안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건 문제를 없앤 것이 아니라 경보기를 끈 것입니다.

차단기는 무엇을 지키는 장치인가
여기서 오해가 시작됩니다.
차단기가 콘센트에 꽂은 기기를 지켜준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닙니다.
차단기가 지키는 것은 벽 안의 전선입니다.
전선은 굵기마다 감당할 수 있는 전류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보다 많이 흐르면 뜨거워집니다. 계속되면 피복이 녹고, 그다음은 화재입니다.
차단기는 그 한계에 닿기 전에 끊으라고 달아둔 것입니다.
그래서 순서가 이렇습니다. 전선 굵기가 감당하는 전류를 정하고, 그 전류가 차단기 용량을 정합니다.
전선이 먼저이고 차단기가 나중입니다. 반대가 아닙니다.
그래서 용량만 올리면 어떻게 되나
20A 전선에 20A 차단기가 물려 있는 자리를 생각해보겠습니다.
25A가 흐르려고 하면 차단기가 끊습니다. 전선은 20A까지만 견디니까 그 전에 막은 것입니다. 제대로 작동한 것입니다.
여기서 차단기만 30A로 바꿉니다.
이제 25A가 흘러도 차단기는 가만히 있습니다. 30A까지는 안 끊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전선은 그대로 20A짜리입니다. 25A가 계속 흐릅니다. 벽 안에서 전선이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어 보입니다. 차단기가 안 떨어지니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입니다.
벽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방법이 위험합니다.

판정
차단기 용량만 올리는 것은 안 됩니다.
용량을 늘리려면 전선부터 바꿔야 합니다. 굵은 전선으로 갈고 그에 맞는 차단기를 다는 순서입니다.
그건 벽 안 배선을 교체하는 공사라 전기공사업 등록 업체가 하는 일입니다. 분전반 안쪽 작업이기도 합니다.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답은 다른 쪽에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나
먼저 왜 떨어지는지부터 갈라야 합니다. 올리자마자 떨어지면 누전, 한참 뒤에 떨어지면 과부하입니다.
누전이면 용량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차단기를 키워도 계속 떨어집니다. 새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과부하라면 그 회로에서 쓰는 양을 줄이는 것이 정답입니다.
소비전력이 큰 기기를 다른 방 콘센트로 옮기십시오. 회로가 다르면 부담이 나뉩니다. 멀티탭으로 끌어 쓰는 것은 같은 회로에 그대로 물리는 것이라 도움이 안 됩니다.
동시에 쓰지 않게 시간을 나누는 것도 방법입니다. 전기포트를 쓸 때는 드라이기를 쓰지 않는 식입니다.
기기 자체가 커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덕션처럼 전용 회로가 필요한 기기라면 회로를 새로 놓는 것이 맞습니다. 이때도 차단기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선까지 함께 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미 용량을 올려놨는데 어떻게 하나요
언제 바꿨는지, 그 회로에서 무엇을 쓰는지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콘센트나 벽에서 탄 냄새가 나거나 콘센트 주변이 변색됐다면 이미 전선이 열을 받은 것입니다. 즉시 그 회로를 쓰지 마시고 업체를 부르십시오.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원래 용량으로 되돌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메인차단기는 크던데 왜 분기는 작은가요
메인은 집 전체로 들어오는 굵은 선을 지키고, 분기는 각 방으로 가는 가는 선을 지킵니다.
지키는 전선이 다르니 용량도 다릅니다. 분기가 작은 것이 정상입니다.
차단기를 아예 안 쓰면 안 되나요
차단기를 우회하거나 강제로 올려놓는 것은 훨씬 위험합니다.
전선이 타는 것을 막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용량이 얼마인지 어디서 보나요
차단기 손잡이 근처에 숫자와 A가 적혀 있습니다. 20A, 30A 같은 식입니다.
다만 그 숫자를 보고 전선 굵기를 역으로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전에 누가 바꿔놨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선을 바꾸면 얼마나 걸리나요
배선 경로가 살아 있으면 반나절, 벽을 타야 하면 하루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현장을 보고 판단할 일이라 업체에 문의하셔야 합니다.
한 줄로
차단기는 전선을 지키는 장치입니다. 전선을 그대로 두고 차단기만 키우면, 지켜주던 것이 없어질 뿐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차단기가 자꾸 떨어진다는 것은 그 회로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신호입니다. 신호를 끄지 마시고 원인을 줄이십시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전기 작업은 감전과 화재 위험이 있습니다. 분전반 작업, 배선 신설이나 변경은 전기공사업 등록 업체에 맡기셔야 합니다.
이 글은 전기기사·전기공사기사·소방설비기사(전기) 자격을 보유한 10년차 실무자가 작성했습니다. 운영자에 관한 내용은 소개 페이지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