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서를 보고 놀라는 달이 있습니다. 생활이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요금만 확 뛰어 있습니다.
계량기가 잘못됐나 싶어집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계량기 문제가 아닙니다.
요금이 사용량에 비례해서 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쓴 달에 청구서는 훨씬 크게 뜁니다.

쓴 만큼 곱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이라는 구조가 있습니다.
사용량 전체에 같은 단가를 곱하는 것이 아니라, 구간을 나눠서 아래 구간은 싼 단가로, 위 구간은 비싼 단가로 계산합니다.
그래서 구간 하나를 넘는 순간, 넘어간 만큼에는 그전보다 비싼 값이 붙습니다.
전부가 비싸지는 것은 아닙니다. 넘긴 만큼만 비싸집니다. 그런데 그 단가 차이가 커서 청구서에서는 크게 느껴집니다.
구간이 몇 kWh에서 갈리고 단가가 얼마인지는 주택용 전기요금표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저압과 고압, 여름과 그 외 계절이 다릅니다.
그래서 요금이 뛰는 길은 정해져 있습니다
순서를 따라가면 이렇습니다.
기기 하나가 늘어납니다. 새로 산 것일 수도 있고, 계절이 바뀌면서 쓰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한 달 사용량이 늘어납니다. kWh로 찍힙니다.
그 사용량이 누진 구간을 넘습니다. 여기가 갈림입니다.
넘어간 만큼에 비싼 단가가 붙습니다. 같은 1kWh인데 값이 다릅니다.
청구서가 뜁니다. 사용량이 늘어난 비율보다 요금이 늘어난 비율이 큽니다.
그래서 원인을 찾을 때는 거꾸로 갑니다. 요금이 아니라 사용량부터 봅니다.

확인하는 순서
1. 검침 기간을 봅니다
청구서에 검침 시작일과 종료일이 적혀 있습니다.
달마다 날수가 다릅니다. 어떤 달은 28일이고 어떤 달은 34일입니다. 며칠 더 길면 그만큼 더 나옵니다.
이것만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있습니다.
2.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합니다
지난달과 비교하시면 안 됩니다. 계절이 다르면 쓰는 양이 원래 다릅니다.
작년 같은 달의 사용량과 비교하셔야 제대로 보입니다. 한전 앱이나 고객센터에서 지난 사용량을 볼 수 있습니다.
작년과 비슷한데 요금만 올랐다면 단가가 바뀐 것이고, 사용량 자체가 늘었다면 다음 단계로 갑니다.
3. 새로 들어온 기기를 셉니다
큰 것부터 봅니다. 에어컨, 전기히터, 온풍기, 건조기 같은 것들입니다.
열을 만드는 기기가 특히 큽니다. 원리상 전기를 많이 씁니다.
인덕션이나 전기온수기를 새로 놓으셨다면 그것만으로 구간이 바뀔 수 있습니다.
4. 오래 켜두는 것을 찾습니다
여기서 착각이 자주 생깁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기기를 짧게 쓰는 것보다, 적게 쓰는 기기를 하루 종일 켜두는 쪽이 총량에서 더 클 수 있습니다.
24시간 도는 것이 무엇인지 세어보십시오. 김치냉장고, 정수기, 어항, 제습기 같은 것들입니다.
드라이기는 하루에 몇 분이지만 제습기는 하루 종일입니다. 총량은 뒤쪽이 큽니다.
5. 그래도 설명이 안 되면 누전을 봅니다
쓰는 것이 늘지 않았는데 사용량만 늘었다면 어딘가로 새고 있을 수 있습니다.
확인 방법이 있습니다. 집 안 기기를 전부 끄고 플러그도 뽑은 다음 계량기를 보십시오. 그 상태에서도 계량기가 돌면 어딘가에서 전기가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냉장고처럼 끌 수 없는 것을 빼고 판단하셔야 합니다. 그다음 순서는 차단기가 자꾸 내려갈 때 글의 회로 좁히는 방법을 그대로 쓰시면 됩니다.
누전차단기 테스트도 이때 함께 해보시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계량기가 고장 났을 수도 있나요
가능성이 아주 낮습니다. 다른 원인을 다 확인한 뒤에 의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정말 의심되면 한전에 계량기 점검을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옆집과 비슷하게 쓰는데 왜 저희만 많이 나오나요
누진 구간 때문입니다. 사용량이 조금만 더 많아도 그 위 구간에 들어가면 차이가 커집니다.
가구원 수, 집 면적, 계약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대기전력을 줄이면 얼마나 차이 나나요
체감할 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다만 구간 경계에 걸쳐 있다면 그 조금이 구간을 가를 수 있습니다.
멀티탭 개별 스위치로 꺼두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에어컨을 껐다 켰다 하는 게 나은가요
기종에 따라 다릅니다. 이 글에서 다룰 범위를 넘습니다.
분명한 것은 켜둔 시간이 길수록 총량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한 줄로
요금이 뛴 것은 대부분 계량기 문제가 아니라 구간을 넘은 것입니다.
요금 숫자를 들여다보지 마시고 사용량부터 보십시오. 검침 날수, 작년 같은 달, 새로 들어온 기기, 오래 켜두는 것. 이 넷에서 대부분 답이 나옵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전기 작업은 감전과 화재 위험이 있습니다. 분전반 작업, 배선 신설이나 변경은 전기공사업 등록 업체에 맡기셔야 합니다.
이 글은 전기기사·전기공사기사·소방설비기사(전기) 자격을 보유한 10년차 실무자가 작성했습니다. 운영자에 관한 내용은 소개 페이지에 있습니다.